Oct 23, 2014

유투브에서 피아노 학원에서 날 법한 소리들 음원 찾다가 발견한 것들







뭐지 이 재기발랄함은.






뭐지 이 귀여움은..







이 친구는 뇌성마비라고 한다. 손가락 운동이 잘 안되는데 삼 년째 치고 있다며 격려차원에서 저기 저 선생님 본인이 찍어 올리셨나보다.
장애를 뛰어넘은 사례이면서 신동이니 천재니 불리는 피아노 연주자들의 이름을 숱하게 듣는다. 물론 그들이 대단한것 맞다. 그런데 장애의 범주로 묶이는 비슷한 처지에서 뛰어나지는 않지만 일종의 재활목적으로, 혹은 삶의 어떤.. 포기치 않을 의지, 혹은 삶을 연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느다란 실오라기 행위로서 그것을 지속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에서.
연주가 되게 우아하면서 구슬프다.








하안낫! 두울 세엣 네엣




 피아노 학원이라는 키워드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어린시절에 접속할 수 있다는게 너무나도 신기하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를 배우는 경험에 대한 나름의 향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렸을 때 나도 피아노를 배웠었는데. 상계동에 살던 시절에는 오빠랑 나를 가르치러 방문렛슨 선생님이 오셨었다. 바이엘을 다 떼갈 무렵 하루는 갑자기 악보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날이 있었다. 여전히 영문모를 일이나 이 실선들과 검정색 점같은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레미파솔라시도가 무엇인지, 열 손가락이 어떤 음계를 누르게 되는지 갑자기 한순간에 모두다 까먹은 것이다. 선생님은 이미 시이작!을 외치셨고 나는 하는 수 없이 뚫어져라 악보를 보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하자 선생님이 까마귀고기를 먹었냐며 엄청나게 화를 내셨다.
 또 하루는 렛슨을 기다리면서 집에서 탱자탱자 놀고 있는데 선생님이 도착하시기 십분 전에 그제서야 그 날 간단한 쪽지 시험을 보기로한게 생각이 난거였다! 악상기호들이 무슨 뜻인지 맞추는 테스트였는데 아무것도 외우지를 못했던 것이다! 당시 어린 나에게 이 쪽지시험이라는 것은 인생중에 아직까지 경험해보지못한것이었고 그래서 몹시 당황했다. 아무도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작달만한 꼬마는 알아서 컨닝페이퍼를 만들었고 책상아래에 갖가지 보물을 넣어두던 녹색 상자에다가 얼른 집어넣었다. 선생님은 도착하셨고 나를 보시자마자 그래 아람아 쪽지시험보자 하셨다. 자그마한 종이였나 문제가 써있는 것을 주셨고, 나는 엄마가 선생님을 뵈러 들어오신 틈을 타 어 선생님 잠시만요 하고 그 상자로 달려가 쭈그린채 얼른 보고 다시 와서 앉아 문제를 풀려고 했다. 안타깝지만 제키보다 높은 피아노 의자에 앉자마자 자꾸 악상기호는 헷갈렸고-엎어진 모자와 뒤집어진 모자는 대체 무슨 뜻이란말인가-어 선생님 잠시만요, 상자로 쪼르르 가기를 나는 계속 반복하며 어설프게 컨닝을 했다. 결국 또 혼났다.

 그래도 세번째 경험은 제법 귀엽다. 하루는 왠지 모르게 오늘은 정말로 열심히 할거야!!!라며 굉장히 기운차게 피아노학원에 갔다. 학원이라지만 옆동에 렛슨하시는 선생님 댁에가서 피아노 수업을 듣고 오는 식이었는데, 그날은 정말이지 콧구멍으로 바람을 쇡쇡거리며 열심히 쳤다. 뭔가 해냈다는 마음에 집에가려고 건물 현관을 나서는데 경비아저씨가 날 붙잡으시며 얘 꼬마야 괜찮니 하셨다. 나는 양 콧구멍으로 코피를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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