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31, 2015

변방연극제 십오원오십전 중


살아있기 그리고 생각하기로서의 현대미술
유병서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거나,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받거나 하는 식으로 일상과는 약간 빗겨나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따라서 일상 자체에서 발생하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거나, 예술계 안에서의 발생하는 일상생활은 중요하지 않게 취급받거나 혹은 무시당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예술인 복지가 그러한데 현실과 동떨어진 예술과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예술가의 인상은 복지라는 일상적인 이슈와 만나 다소 초현실적이며 기이한 모습으로 다가 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예술가들이 정확히 노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노동에 준하는 무언가를 행하고 있고, 때론 이런 행위를 통해 무언가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가의 창작은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어떤 미궁의 지점이 있고 바로 이러한 지점 때문에 예술가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통해 피해를 받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역시도 기이한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다.
과거 예술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별개의 시공간에서 존재하는 독립적인 어떤 것으로 인지되었고 작가들도 으레 그러한 존재인 것으로 대접받거나 또는 희생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여기의 시간 속에서 예술, 특히 현대미술은 일상 속으로 훨씬 더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게 된 듯 하다. 소위 ‘관계적미학’이라 불리는 수행적인 작업들 중 일부는 일상행위와의 변별점을 도저히 식별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갤러리에서 요리를 한다거나(티라바니자) , 거리에서 청소를 한다거나(하이레드 센터) , 쥐를 잡아 다시 풀어준다거나(침폼) 하는 일상적인 행위들은 현대미술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일상적인 예술이 좋은 것이며, 예술적으로 훌륭한 작품은 일상적인 것은 분명하나, 모든 일상이 예술이되고, 모든 예술이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실적으로 의미있는 작품들이 있지만 이 작품들이 전시장을 떠나 일상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러한 오브제/작품들은 대부분은 가장 중요한 기능을 잃는다. 또한 일상적인 행위, 예를들어 요리를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하는 행위들도 의미있는 일상행위이지만 이러한 일상이 모두 예술작업이나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즉 일상과 예술은 전에 유례없이 가까워 졌지만 예술과 일상을 분별해 가치판단을 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려워 졌다. 이른바 혼란은 더 가중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미술이 가지는 특유히 어려움과 이해불가의 속성의 원인은 바로 예술-일상간의 거리가 유래없이 가까워져 마침내 그 간극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예술은 일상과 분리되어 있지 않은, 마치 색이 다른 두 개의 고무찰흙이 다소 엉성하고 기계적으로 한데 뭉쳐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작가들, 특히 현대미술가들의 작가가 소임은 이 두 개의 색이 다른 찰흙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예술인과 복지라는 프레임은 예술인을 수혜자로 또 현실이라는 가해자에 의해 엉망진창이 된 피해자라는 수동적인 입장보다, 좀 더 현실적 여건을 냉청하게 분석해 여기에 임하는, 적극적 의미의 집행자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작가로서, 내 본인의 생각이다.
즉 현대미술가로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좋은 작업을 전개하는 등의, 내 작가로서의 관심과 소명은 결국, 어떻게 잘 놀고, 어떻게 잘 먹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과 일맥상통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현대미술이란 즉, 잘 놀고 잘 먹는 것이다. 잘 놀고 잘 먹으면 그것은 좋은 현대미술이 된다.
물론 잘 놀고 잘 먹는 것을 현대미술화 하는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주 위태로운 상태로, 의미의 우주, 예술계 와 이어진 가늘고 좁은 길이 존재한다. 이 길을 따라 위태롭지만 흥미로운 여정을, 당분간 전개해 볼 생각이다. (유병서)



http://mtfestival.org/2015/portfolio/program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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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바니자





하이레드센터, «수도권청소정리촉진운동(깨끗이!)»

http://chungwoo.egloos.com/m/400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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