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3, 2015

2013년 1월 캄보디아에 다녀와서 썼던 짧은 글.


Love Cambodia! _채아람

우선 이 캄보디아 단기선교의 모든 것을 주관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벽화봉사에 초점을 맞추어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중고등부가 단기선교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은지 한참 되었을 때에도 그래 너희는 가는구나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작년 선교한국대회를 다녀와 선교에 대한 마음이 막연하게나마 커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중고등부 교사도 아니었고 딱히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장로님을 통해 벽화봉사 총괄자로서 이 일에 함께 하자라는 제안을 받게 되었고 그에 순종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습니다. 아버지 허락, 재정, 벽화팀 리더로서의 경험, 현지 정보, 벽화 봉사 참여인원, 할당시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출국 전날까지 제대로 알거나 확정된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매주 토요일 아이들과 기도회를 가지면서도 내가 정말 갈 수 있기는 한 것인가 의문이 들었고, 특히 마지막 한 주 동안은 ‘하나님 일인데 이런 식으로 대충 준비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에서 불거진 막중한 책임감과 걱정으로 며칠 밤 뜬 눈으로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떠나기 전에 벽화 도안을 완성해놓아야 했지만 마지막 주까지도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포기하다시피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아람아, 선교를 떠나는 건 너지만 선교를 하는 것은 나란다. 이것은 나의 일들이야. 내가 다 알고 있어. 내가 다 할 거란다!’
 하나님께 회개하고 위로와 지혜를 구하자 비로소 도안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복음을 내용으로 하는 도안이 완성되자,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것임을 강하게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수없이 조정되던 계획 끝에 결국 함께 떠난 선교팀 중에 벽화팀으로 할당된 인원은 저와 선교사 집사님 둘 뿐이었습니다. 사역을 하는 3일 동안 전원교회 선교팀과 완전히 분리되어 다른 지역에서 숙소까지 옮겨 현지 사람들과 종일 작업을 하게 되었기에 여러 불안과 떨림을 느끼기도 했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 하나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하나님은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두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약함을 하나님의 전능하심으로 채우시는 것을 크고 작은 순간 속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팀에서 소외된 느낌을 받으며, 이렇게 된 거 노동자처럼 열심히 일이나 하고 와야겠다 생각하고 있던 저를 현지 사역자, 주민들은 한 명의 예술가로 너무나 귀하게 여겨주셨습니다. 그곳에는 기존에 미술 분야에서 일하셨던 단기선교사분도 계셔서 큰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재료비 역시 예산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 내에서 해결할 수 있었고, 제 생각과 다른 상황들이 많이 있긴 했지만 시행착오 없이 일을 순탄히 진행시킬 수 있었습니다. 대낮에 햇빛을 피해야만 하는 시간적 제약이 있어 제 때 완성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정확히 필요한 때에 구름이 드리워지는 등 신기한 자연현상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벽화 작업의 영향력은 제 생각보다 어마어마했습니다. 그저 시골동네에 그려진 벽화로 그칠 줄 알았던 이 그림으로 인하여 사역에 다소 지쳐계셨던 선교사님들은 감격하며 새 힘을 얻으셨고, 동네 현지인들에게는 이 일에 자연스럽고 기쁘게 참여함으로써 교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허물고 복음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제공되었습니다. 벽화 작업을 보던 현지 교회 사람들 사이에는 우리도 함께 교회를 단장시키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온통 칠이 벗겨져있던 모든 내벽들을 새로 칠하고 경사로를 만드는 등의 왕성한 활동이 일어났습니다. 사역 마지막 날에는 함께 일해주신 단기선교사 언니가 이 그림에 참여하면서 경험한 하나님과의 긴밀한 교제를 편지에 담아 건네주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캄보디아 단기선교가 온전히 하나님 자신의 뜻을 위하여 지으신 아름다운 계획이었지만 동시에 저를 위한 매우 특별한 계획이었음을 분명하게 느끼고, 그렇게 믿습니다.

 제 꿈은 세계에서 활동하는 전문예술인인 동시에 선교사적 마인드를 가지고 이러한 활동에도 열심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하나님이 주시는 꿈인지 확신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고, 실제적인 전공공부와 하나님 사이에 벌어진 간격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었죠. 그런 저를 하나님은 강권하여 이번 선교에 참여하게 하셨고, 선교기간동안 팀에서 떨어져서 소수로 활동하게 하게 하심으로 더욱 현지에 밀착된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저의 어떠함을 주장하고자 하는 마음, 제 삶을 직접 경영하고 싶어하는 욕심들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착하고 선한 마음을 가질 때에, 제가 가지고 있는 하나님이 주신 재능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답게 쓰일 수 있는가 보여주셨습니다. 그렇게, 제가 꾸는 꿈에 대해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것을 실제적으로 응답해 주셨다고 믿습니다.

 준비 기간 동안, 선교 기간 동안, 그리고 다녀온 이후에도 하나님은 당신의 완전하심을 경험케 하시고 계속해서 꿈을 주십니다. 제 평생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하신 것, 청년의 때에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꿈꾸게 하시는 것, 실생활에서 정말로 당신의 능력을 보이시는 것-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제가 자랑할 것은 오직 복음밖에 없음을 알게 하신 주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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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선교사. 그 교집합의 정체성으로 살겠다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과
두 개*의 다른 영역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경험하며 2015년까지 살아오고 있다는 것

계절옷 호주머니에서 구겨진 천원을 발견하는 것 마냥
잊혀진 기억을 들췄을때 깨닫게 되는 감사가 있다.

곧 떠나는 태국에서는 어떤 것을 경험하게 될까.
두려움은 어떻게 감격으로 채워지게 될까. 준비할게 너무 많아서 벅차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너무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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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인 사고를 견제하면서도 결국 '두 개'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너무 다른,
그만큼 서로가 양립하기 힘든 태도를 요구하는 게 현재 사정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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