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9, 2015

5



1
험하게 헤어졌던 S를 몇년만에 만났다. 그동안 미안했던 마음 그래서 연락 먼저 해보고픈 마음이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두 다리 건너서 아주 미미한 소식만 듣곤 했다. 그런데 예상치못하게 밥먹던 식탁에서 만나고 말았다. 나는 우리가 좀더 준비된 상태에서 제대로 만나고 싶었는데, 내 경우 숟가락을 빨다가 재회한 것이다.
어쨌든 S는 눈빛이 그대로였다. 
아 지금 생각하니 그건 참 퍽 고마운 일이다.
많은 친구들이 변하고 있다.


2
몰랐다. Y가 나에게 해주는 말들은 이정도로 누구에게나 들려주는 것들이 아니었다. Y의 가까운 친구 N은 내가 알고 있는 Y의 최근 이야기들을 모르고 있다고 Y가 작게 일러줬다.
Y는 특히 허공을 보며 운전할때, 그렇게 Y하고 나하고 두 목소리들만 공간에 있게 될 때 (뭐 그러지 않아도 Y는 항상 진솔하지만) 마음 끝자락에 모셔뒀던 쓸쓸한 말들을 꺼내는 것 같다:
외롭다
아직도 생각하며 혼자 운다
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고 나는 자꾸만 작아진다
"네 맘 너무 알것같아"


3
내가 변하는 걸까
H가 하는 이야기들은 항상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영 듣기가 귀찮다. 의식하지 못한 새에 나는 이미 듣고 있다는 듯한 리액션을 헐렁하게 해보이고 아무것도 듣지 않게 된다. 미안하다.


4
K를 기다리는 듯한 기분을 자꾸 느낀다.
맘같아선 찾아가 만나고 싶다.
사실 만나도 K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니 할 수 있는 건지 전혀 모른다. 모르겠다. 암만 생각해봐도 아무것도 생각이 안난다. 실은 안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오히려 가만히 끌어안아보고싶다.


5
아 참 Y가 아까 내가 고심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그건 너의 성향인거 아니냐고, 그냥 인정하면 되는 부분이지 않느냐, 나는 너가 예리하게 헤쳐나가는 것 같아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라고 말해줬다. 고마웠다. 힘이 났다.


6
그러고 보니 오늘은 W도 만났다. 군대 다녀와서 처음 본 거니 진짜 오랜만에 본 것이다. 머리를 또 엄청나게 길러서 완전히 올빽머리를 하고 묶고 있었다. 얇은 안경테를 쓰고 구부정하게 삐딱한 남자걸음으로 두툼한 샌들을 바닥에서 떼었다. 든든하게 악수를 했다. 몇시까지 여기 있을거냐고 묻고서 할일을 하러 가버렸다.

7
N이 쓰는 필름 카메라가 항상 궁금했는데 오늘 실물을 보았다. 노출계 부분이 엄청 복잡하게 생겼다. 어쩌다 한컷 찍어주기까지함.
N은 오늘 날 만난다고 고3때 나를 따라 샀었던 keep브랜드 신발을 신고 나왔다고 했다. 레드립이 귀여운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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