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7, 2018

우울증과 불면증


요즘 아주 잠을 못자고 있다. 새벽 2~3시까지 깨어있는 것은 예사고,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과 SNS를 한없이 들여다보는 강박적인 습관까지 더해져 시야는 자꾸 좁아지고 아주 잡스러운 이미지들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요즘의 나 자신이 드러내는 여러가지 행각들을 볼때, 어쩌면 누군가는 우울증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별로 그렇다는 생각은 안든다. 어떤 괴로운 일을 겪고 나서 그것에 대한 긍정적이지 못한 감정들이 올라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슬픔 내지는 절망 등등과 우울증이 구분되는 지점은 딱히 그러할 구체성있는 사건적 계기가 없는데도 발생한다는 것 아닐까? 물론 그 경과시간과 깊이에따라 당사자가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올 수 없고 오랫동안 이겨낼 수 없다면 그때부터는 좀 또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바라보는 내 경우는, 휴, 나로서 제대로 존재할 수 없는 한 나절을 보내고 나서 슬퍼하고 괴로워 한다는 판단이다. 나도 더 말하고 싶은데, 나도 더 의견내고 싶은데, 나도 그거 아는 티내고 싶은데, 나도 리드하고 싶은데 등의 욕구들이 제대로 충족이 되지 않는 하루는 퍽 길다. 언어문제는 생각보다 정말 괴롭다. 이러고 나서 어깨까지 움츠러드는 긴장이 풀리고 혼자 머무르는 시간이 생기고 나면, 나는 아무것도 (건설적인)일을 하고 싶지 않아진다. 쉬고 싶고, 그냥 이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힘들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니야?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도. 두려움과 피로는 학습과 진전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견디기 쉽지 않지만.

한편으로 이럴 수록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느끼한 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데, 정말 그렇다. 온갖 현란한 잡스러움을 떨쳐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헤아리는 것이다. 하나님께 감격하는 것이다. 아주 적은 시간으로 해낼 수 있는 가장 건설적인 일. 그렇게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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