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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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과정이니까 매 학기 정기발표회가 있었고 졸업을 하려면 자기 작품을 꼭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게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제가 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됐잖아요. 제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때부터는 약간 방향이 달라졌어요. 일단은 제가 다른 무용수들에 비해서 몸의 움직임은 초보자에 가까우니까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내 관심사가 어떤 것인지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제가 제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창피하지 않아야 하잖아요. 창피하다는 것이 작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금형이라는 제 이름으로 작업을 보여주면서 제가 제 옷을 입은 느낌이 분명히 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무용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조금 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으니까 그런 관심사가 연극에서 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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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관람의 시작은 공연에 대한 정보를 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연정보를 제공할 때 그 정보를 통해 관객이 무엇을 예상할지, 그것이 관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염두에 두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세한 줄거리 묘사나 결정적인 장면의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노출하지 않으려고 해요. 인터넷에 정보가 많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적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더라도 공연장에 있는 그 시간의 매 순간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미리 공연에 대한 주요 정보를 아는 것보다는 그 시간을 차곡차곡 쌓을 때의 효과가 있는데, 미리 앞서 가서 어떤 장면을 기다리게 되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공연장에서 호흡이 같이 가는 게 좋아요. 어떤 장면은 앞선 호흡들을 같이 쌓아두었을 때 분명한 의미가 있잖아요.



출처. http://webzine.arko.or.kr/load.asp?subPage=10.View&searchCate=03&pageType=Webzine&page=1&idx=905
1인 인형극을 통한 행위와 시각의 불편한 유희, 작가 정금형,  안소연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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