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7, 2015

코끝

이틀 만에 나간 바깥 바람이 아주 차가웠다.

커피콩 한 봉지를 새로 갈아 아파트 단지를 괜히 더 구불구불하게 통과해
우리 동 앞 마당에 다달아 고개를 젖히고 위를 보았을때
갑자기 내가 서있는 이 곳, 이 동네가 너무나 작게 느껴졌다.

한 두 달 전에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주제으로 작업을 했다지만
이미 다 풀고 답을 맞추고 할 수 있는 만큼 밑줄 긋고 달달 외운 시험지처럼
더이상 나에게 아무런 무게를 갖지 못하는 좁은 장소로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여기 이상하게 갇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디에 갈 수 있을까
내가 그들의 입맛에 맞춰진 사람일까
이런 수고와 비용을 들일 이유가 있을까 하는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보일까 및 내 위치에서 좁은 입구를 더듬는
수많은 의문들이 갑자기 가시고

그냥 다른 곳에 위치하고 싶고 그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야기할 준비가 된 사람들,
새로운 것 작은 것 위험한 것 연약한 것들을 그게 가져다 줄 유익은 차치한채
관찰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다.

내 작업들은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기대하고 함께 저지르고 함께 보고
또 더 깊이 생각할 친구들이 나는 필요하다. 깊이.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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