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5, 2014

seein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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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엄청난 수의 이미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이미지들은 훨씬 더 의심스럽습니다. 그것들은 사실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사진은 사실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우리는 사진이 궁극적으로는 실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카메라는 기하학적으로 대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보지 않습니다. 부분적으로는 기하학적으로 보지만 또한 심리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
-그렇다면 주관적이고 심리적으로 본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시야에는 당신의 얼굴이 훨씬 더 크게 보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고 그 밖의 것들에는 집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조금 움직여 저쪽을 바라보면 당신의 얼굴은 작아집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눈은 마음의 일부분이지 않습니까? 이집트 회화에서 파라오는 다른 이들보다 세 배 이상 더 큽니다. 한 고고학자는 파라오 미라의 길이를 측정한 뒤 파라오가 평균적인 시민에 비해 더 크지는 않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집트 인의 마음속에서는 파라오가 실제로 더 컸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집트의 회화는 진실합니다. 그러나 기하학적 측면에서는 아니지요.
-시각 장애인이 만든 인체 모델도 그렇습니다. 그 모델을 만들 때 시각 장애인들에게 보다 중요한 부분은 더 돌출되어 있습니다. 얼굴과 손이 그 예입니다.
 피카소가 나폴리에 가서 '파르네제의 황소'를 보았을 떄 형상들의 손이 실물보다 더 크다는 점을 알아챘습니다. 그 인물들의 행위 때문에 그렇게 표현된 것입니다. 피카소는 손이 거대한 발레 무용수들을 그렸는데, 매우 우아하고 가벼워 보입니다. 피카소는 무용수들이 그와 같이 움직일 때 보는 사람은 그들의 손을 좇아가게 되고, 따라서 보는 이들에게는 손이 더 커보인다는 점을 이해했던 것입니다.

From <The trap of naturalism>, Conversation with David Hockney, Martin Gayford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원근법', 그러니까 15세기 초 피렌테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발명했다는 선원근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원근법은 광학의 법칙입니다. 따라서 브루넬레스키가 그것을 발명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로버트 보일은 보일의 법칙을 발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존재하는 것을 그저 묘사했을 따름입니다. 과학 법칙은 발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발견되는 것이지요.

-일점소실 원근법으로 제작한 회화에서는 보는 이가 자동적으로 작품 밖에 존재하게 된다는 말씀인가요? 고정된 점에서 그려지기 때문에 보는 이 역시 마찬가지로 고정된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너무 고정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원근법과 같은 것은 없겠군요.
네, 물론 없습니다. 없고 말고요.

From <The problems of depiction>, Conversation with David Hockney, Martin Gay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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