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7, 2015

제 몸 담긴 물을 마시고 또 뱉으며 사는 물고기처럼
그렁저렁 숨 쉬며 오늘 주어진 흐름에 맞춰 잘 사는 것만 같다가도
기준을 잃어버린 이 세상이 나는 너무 힘들다. 너무너무 괴로울 때가 있다.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이제는 정말로 온갖 아프고 홧병나고 불의로 눈물진 일들이 가득해
(동시에 여전히 그것과 함께 게시되는, 마치 모르면 천치처럼 여겨질 세련되디 세련된 예쁨과 멋짐으로 넘쳐서)
잠시만 들어갔다 나와도 눈도 맘도 죄다 뻑적지근해진다 이러다 고장나겠음.
주소창에 닿은 손가락도 페이스북에 대해선 습관적인 입력을 거절할 줄 안다.
인스타그램도 다르지 않아서 깊이를 잃어버린 강박적 업로드 혹은 변태들이 천지다.

이젠 너무 흔해서 누구도 별 감흥 없이 지나칠 수많은 포르노 사진들
나름대로 구체적인 삶이 있는 그 속의 배우들 모델들
한 벌 더 사입도록 부추기려 점점더 질 떨어지는 원단으로 지어지는 옷들
길고 마르고 하얗고 뽀얗고 갸름한 데에 페티시 추가하면 만점으로 쳐주는 눈알들
그리고 그래서 그러니까 여성혐오, 물론 그래서 남성혐오, 혐오, 혐오 혐오, 혐오 혐오 혐오
니가 굶어 죽든지 맞아 죽든지 젖어 죽든 얼어 죽든 그건 내 알 바 아님, 딱 그 태도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 인지 한 번이라도 절실하게 느껴본 적 있다면
누구든지간에 그런 사람도 정말 이럴 수 있을까

SPA브랜드 세일코너에 80%이상 세일해도 절대 팔리지 못하는
이미 올 나가고 여러 번 밟혀 버린 옷 옷걸이에서 떨어져 바닥에 있어도 직원들도 못 본 체하는 그런 옷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문화는 사람을 그만큼 싸구려 취급해준다
어쩌면 길을 걷다 가만 울어도  아무 이상할 이유 없는
그런 세계일지도 모른다.


태어나 본 적 없는
그런 고로 기대할 줄 모르는
그런 대의, 그런 의로움, 그런 소망
가려져 있는 것이 하지만 여기에 있다고, 없는 게 아니라고
그 어느때보다 확실히 말해야할 때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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