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12, 2015

예쁜이

우리가 처음만났던 날 너는 기억할까

너를 데려왔는데, 내 방에

분명 너무 반가웠는데, 나는 어색해서

작디 작은 너를 몇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내려다보았었어

옆으로는 무시무시한 청소기 소리가 지나다녔고

그때 너는 아직 한참 꼬마여서

넌 목소릴 낼 줄도 몰라서 까맣게 낑낑 울었어

내 머리방울을 입에 한껏 물고 자랑하며 걸었어

쇼파 뒤로 아래로 숨바꼭질 실컷 했었어



몰랐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던가봐

내 옆구리에 바싹 붙어 잠든 채

깊이 끙끙 우는 너를 본다

왜 너한테만 시간이 더 빨리 갔던 걸까

너는 이제 걷고 싶지 않대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대

아무리 바빠도 바깥 볕 더 쪼여 줬어야했는데

밖은, 피는 꽃으로 지는 낙엽으로 코끝 애린 바람으로

그렇게 가득 차 있다고 보여줬어야 했는데

하루종일 싸돌아다닌 차가운 내 겉옷 한겹

그 스치는 냄새로만 그리고 문 닫는 소리로만

네 하루 네 기다림에 대답해온 것 같다



매일 나보다 다섯배는 빠르게 늙는 너가

단추구멍 같았던 눈으로 똑같이 나를 보고 있다

너는 매일봤는데 매일 예쁘구나

언제나처럼 잠들었다가 내가 모르는 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멀리 떠날까봐

그렇게 너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알아서 눈물이 달린다

나는 그렇지 않았는데

너는 나만 있으면 행복해한다


첫날부터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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