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7, 2015

말리는 혀


아까 아침에 밥을 푸는데 엄마아빠가 바로 옆에서 싸우기 시작해서 얼른 밥위에 반찬들을 올리고 방으로 들어와 노트북 옆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마루가 하루에 5번이나 발작을 일으켰다.

사람이랑 똑같이 하늘보고 뉘인다음에 뒤틀리는 몸통을 붙잡아 명치를 세게 압박해야한다.

처음에 일으킨 것은 오전에 부엌에서였는데 엄마가 놀라서

마루로부터 멀찍이 떨어진채로 이방저방에 있는 가족들을 목놓아 부르기만 했다

오랜만에 털을 깎여놓고 보니 쿠키는 꼬리 밑 엉덩이 한쪽이 커다랗게 부어올라 있었다.

말끔하게 깎여진 발톱이 더이상 마루바닥과 불필요하게 부딪히지 않아서

들리지 않는 짤각짤각소리가 미안해 마음이 아팠다.

휘청거리는 가벼운 몸뚱이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마루에게 아빠는

엎뒤! 엎뒤! 엎드려라고 자꾸만 외쳤다.

Jan 18, 2015

Love more worry less


무릇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박해를 받으리라
악한 사람들과 속이는 자들은 더욱 악하여져서 속이기도 하고 속기도 하나니
그러나 너는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 너는 네가 누구에게서 배운 것을 알며



또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


딤후 3:12-17

Jan 15, 2015

더 김포로.

이른 아침 모르는 사람들이 신발장에 찾아와 '자 이제 신발 신겠습니다'라고 했다. 그것은 마치 장례식장에서 장의사들이 '자 이제 마지막으로 인사하세요'라고 하는 것과 매우 비슷한 느낌이었다. 오빠도 그렇다고 했다. 그들은 두터운 운동화를 신고서 우리집 마룻바닥을 밟고 들어왔다.


이사 전후로 엄마아빠는 엄청나게 다투었다. 예전에는 엄마얘기들을땐 엄마편 아빠얘기들으면 아빠편이 되곤 했는데 이제 두사람이 서로를 대할때 얼마나 안 매력적으로 변하는지 서로를 긁는 이유와 그 원인을 깨쳤다. 하지만 하나도 기쁘지는 않았다.


우리집은 17층이어서 하루 24만원짜리 사다리차를 빌려썼다. 새로 이사가는 곳은 21층으로 계속 꼭대기다. 이번에는 천장이 높은 그런 집. 하지만 넓은 창문 특성상 사다리차를 이용할 수 없어서 갈때는 엘레베이터만 이용해야한다고 했다. 도착해보니 새로 이사가는 아파트측에서 엘레베이터에 꼭맞는 회색 펠트 옷을 입혀놓았더라. 상처나지 말라고.


이삿짐 센터 사람들은 품위있어 보일 정도로 공손하고 젠틀하게 집 안의 물건들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오빠랑 나는 아침밥을 먹기 위해 아직 동네 상가가 한산한 시각에 김밥천국을 갔다. 사실 그건 나에게는 핑계였다. 집이 비워지는 것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계속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사다리차는 수직으로 다리를 들어올려서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17층 내방 창문 위치로 뻗어나갔다. 고등학생인 내가 창밖으로 머리를 디밀고 열심히 감성셀카를 찍던 곳. 열렬히 사랑하던 남자애한테 종이비행기로 접은 편지를 던지던 곳. 저녁때 처량한 붉은 노을이 들어오던 곳.
올라가보니 창문은 모두 뽑히고 없었다.


이삿날 직전까지 모든 종류의 짐을 줄이느라 깨나 애를 먹었다. 워낙에 짐이 많은 집이라 이만큼 줄였는데도 다른집들보단 여전히 많은 편이리라. 내 방을 메우고 있는 온갖 소지품 70프로는 온전히 과거의 기록이라 말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추억거리 기능만 하는 것 또한 게중에 50프로는 넘는 것 같았다. 편지. 사진. 스크랩. 말린 꽃. 그와 함께 하면서 남긴-버리지 못한 자잘한 것들. 사실 너무 많다. 지독히 과거 지향적인 방. 추억을 집아먹고 뚱뚱해진 방. 바쁘게 살고 뒤돌아보기를 싫어하면서 내방만 비대해졌다.


침대 머리맡 위 작은 해먹에 담겨있던 육십여가지 동물인형들은 이제 어느 누구도 가지고 놀지 않는다. 동시에 어느 누구도 버리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도 오빠도 엄마도 아빠도.


사다리차 끝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는데 아파트 건물 옆 분리수거장에 삐죽이 나있는 나무 끝에도 까치가 커다랗게 집을 짓고 있는게 보였다. 새집치고 커다란 집이었어도 이파리 하나없는 나뭇가지 끝자락에 걸린 나뭇가지들 뭉치는 사다리차까지 딸린 육중한 아파트 옆에서 한없이 가녀려보였다.


나는 이제 이 집으로 다시 귀가하지 않을것이다.


전 주에 손바닥이 발갛게 부을만큼 걸레로 닦아댔던 새집에 허무하게 사람들은 또 신발을 신고 들어갔다. 허둥지둥 물건을 집어넣고 보이는 바닥은 다시 쓸고 닦고 스팀청소기를 밀었다. (어느 순간 자 이제 신발을 벗으세요 라고 했다) 하지만 침대에 어제 입던 잠옷을 입고 누운 지금 가구들의 발들이 얼마나 가려울까 생각하며 같이 찝찝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불보를 뒤집어서 깔았다. 베개만 새것을 가져다 놓았다. 어제까지 먼지털며 더러운 물건을 침대위로 가져다두고 했더니 그런가 베개때문에 자꾸 얼굴에 여드름이 나는것 같았다.


천장이 높은 이 집에 들어온 것들은 다 작어보인다. 창문도 넓고 커서 하늘을 방안으로 데려와준다. 동네주변은 아직 개발이 덜 되어서 밤에는 새까맣다. 가로등 주변만 동그랗게 밝혀진 모습이 마음에 든다. 하루종일 초록색 플라스틱 박스들 사이에서 미슥거리는 속을 붙잡고 어설프게 서있다가 창밖을 보고 감격했다.


다마른 빨래가 개켜져 쌓이던 식탁은 이제 제대로 식탁으로서 부엌 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러려고 노력을 해볼 마음을 가질 것이다.


갑자기 방밖으로 나온 엄마가 온가족이 함께 감사기도했으면 좋겠다고했다. 너무 오랜만에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아빠는 싫다고 소파앞에 누웠다. 오빠가 내 갈비뼈를 찔러서 내가 첫타자로 엉성하게 기도했다. 오빠는 기도할때도 문장구조가 퍽 논리적이다.


모두가 새 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이 시각 아빠는 새집에서 자는 첫날밤에도 거실에서 개들과 잠을 잔다.


Jan 9, 2015

더더 느리게 걸었더니

주변이 조용해졌다. 시야에 들어오는 많은 것들이 정돈되간다.

정말 원하는 것이 마음 속에서 뿌득하고 움트는 것을 듣는다.
나는 잊었었는데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왔던 것이더라.

뛰어서 기어서 데드라인 직전까지 머리털을 다 뽑히며 쫓아가야했던 무언가가 사라지고
휘청거려도 내가 걷고 싶은대로 뚜벅이기 시작했다. 가려졌던 길이 나타났다.

빈 호주머니를 더듬던 손은 초조하게 떠는 대신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 그게 어떤 가치를 갖는지 새로 깨닫는다.

모든 불안을 사랑한다.

Jan 6, 2015

Jan 2, 2015

새해 몇가지 이기적인 선택들

나를 기억해주는 모든 연락들을 피해서 잠적하고 대답을 않고 있다. 두어사람한테나 관심있게 카톡을 한다.

이사 준비를 하는데 아주 깨끗하고 넉넉한 방을 갖기로 마음 먹었다. 전에 없던 대단한 결단력을 필요로 하는 과정 중에 있다. 아니 과정중에 결단하는 법을 배운다. 너는 남는다 너는 버린다 너는 남는다 너도 버린다..
오늘 내가 들출것이 아니라면, 오늘 내가 흥미있는게 아니라면 버려진다. 지나온 수많은 시간들 내가 남긴 흔적들, 누군가에게 애정의 증표로 받았던 것들도 모두 비운다.
아이고. 인생자체가 무언가를 기록하는 일로 꼭꼭 채워져있던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게 참 많다

교환학생 기간중 한동안 살았던 J의 집을 꽤나 부러워 했었던 이유는 오늘 필요한 것만 있는 간결한 상태 그 자체 때문이었다. 늘 가벼움 군더더기 없음을 바랬으니 이제는 정말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