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2, 2014

비온다

비오는 하늘은 엷은 회색
바람은 창밖에서 부는건지 방바닥에 딱 붙은 선풍기에서 부는건지 알지 못한다

점점 두터운 분홍으로 변하는 먹구름
마음이 구부러진 날은 집에 혼자 있어야 한다
단단한 몽둥이가 되어 너희에게 휘둘릴지 모르기때문이다
고리가 된 날카로운 끝으로 너를 할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날은 그래서 더 철저히 혼자인 것 같아
더운 내가 나는 혀를 길게 내민 두 개들의 헥헥 소리만 허공을 돌아다니다가 바람을 맞는다

당연히 나 한 명이 감수해야할 일인 것을
당연히 나 한 명에게 주어진 몫인 것을
나에게 이런 커다란 구멍을 만들고 떠나는 사람
참 밉다
고 생각하다가 아냐 그런데 또 어떻게 그렇게 또 쉽게 밉다고 이야기할 수가 있나 하며 입을 도로 접는다

콩주머니를 실컷 모질게 던져야 겨우 큰입 와르르 벌리는 운동회날 박 처럼
이런 날은 내가 감당하기 버겁더라도
두번이고 세번이고 나를 귀찮게 해주길 바란다
이쪽도 구부러진 마음으로 싫어하고
저쪽도 이해가 안가서 싫어하더라도
사실은 겨우 이런 것들이다.

그래도 가
그게 맞다

갈건데 아직 가지않은
차라리 내할일에 이만 몰입할 수 있었으면
그런데 이 시간은 너가 없으면 아무의미가 없어
양쪽에서 울어대는 두가지 마음
두 입을 틀어막기가 차라리 쉽다
고문이다 고문
나는 지독히도 이런게 싫어

슬퍼하면 안된다고.
무슨 마음으로 내 눈을 묶는지도 알겠다만
제대로 닫히지 못한 틈새를 비집고
떠남에 대한 원망만 자꾸만 터져나온다
이건 뭐 어떡해야할질 잘 모르겠어

하루종일 집을 지키는 개들이 애잔한 이유는
오늘도 아주 잠시도 내 마음을 아주 조금도 차지하지 못했는데도
내가 신발장으로 들어오면
그래도 똑같이 언제나처럼 반겨주기 때문이겠지

완벽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
너는 이 글을 읽더라도 모른척 해야해
오늘 결국 내가 네 앞에 나타나지 않았듯이..

개자식 개자식 개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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