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 두툼한 먼지 이불 아래 장난감 다리
철저히 잊혀진 줄 알았는데 이 친구 다시 날 찾아왔다
엘니뇨 라니냐 때문에 이번 여름은 쏟아지는 빗소리 대신 목구멍만 바짝 타들어간다
익숙한 것들보다 아직 난 여전히 새롭게 발견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여섯시 여덟시 사이 책상에서 꼬박 전활 기다리던 장님의 나날들이 나는 선명하게 보이는데
학기초 작업실에 둔 아이비는 화분 안에 묵직하게 다리들을 틀어 앉았고
네 방에 있을 내 선물도 곱절로 키가 자랐다지
그동안 나는 너의 귀 모서리 평생동안 몰랐을 그 점을 매일 보았다
얘 내 친구야 숫자가 적히지 않은 네 손목시계 아무래도 너무 빨리가는 것 같은데
내눈이 네 미소진 입꼬리로부터 저 산 너머 지는 해를 따라갈 게 벌써부터 아프다
슬픈 국자로 퍼내어 비어진 네 자리의 냉기를 또 한번 장님처럼 더듬더듬 만지진 않을것이다
여기서 정말로 턴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예스 올 노
때로는 무력함에 무던함에 오한이 날 것을 안다
그래도 나는 여기에 있다, 그래 나도 여기에 있다 말하는 뜨거운 속삭임
얘 내 친구야 어쩌면 이제는 나는 모든 약속을 믿지 않는다
그냥 나는 흔들림 없는 네 두 눈을 믿어 밀어 보내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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