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7, 2015

놀러올래?
여름이 끝나기전
나는 베를린에 방을 얻을 생각이야
그 방은 아주 작고
어두워
그리고 조용하지
책은 자꾸만 늘어나니까
그냥 포기할래
그냥 책은 계속 늘어나니까
거기에도 있어
이건 내 욕심인데
작은 턴테이블을 하나 사고 싶어
아니면 씨디플레이어도 좋아
음질 같은 건 상관없어
못생겨도 되
하여간 나는
그걸로 음악을 들을 거야
그리고 촛불이 필요해
낮에는 필요없지만
밤에는 촛불이 필요해
가난한 나는
전기세를 낼 돈이 없어
아주 구두쇠야
스탠드 대신에
촛불을 밝히고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거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그것 보다 중요한 건
내 몸에 붙어 있는 손
그리고 내 앞에 있는 너
그리고 하여간
뭔가 더 잘 알고 싶고
뭔가 더 잘 하고 싶고
뭔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공부를 하고 싶고
공부를 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
교수나 선생님 같은게 되고 싶은게 아니야
하나를 알아도 정확히 하나를 알고 싶고
둘을 알아도 정확하게 둘
이라고 정확하게 발음하고 싶어
하나도 아니고 셋도 아닌

이렇게 말이야
여름에는 태양에 감사하고
겨울에는 어둠속에서
침묵속에서
그냥 하루 하루 무언가
써 내려가고 싶어
어디선가 누구나 다 하고 있는
작은 공헌같은 것을 하고 싶어
편안해
내 작은 방은
언제 놀러 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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