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30, 2016

life


―노스센트럴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 거죠.

"특별한 건 없어요. 그냥 그곳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요. 아침엔 커피 한 잔 들고 현관문 앞에 앉아 사람들과 말을 섞고, 여름엔 모여서 바비큐 해먹으면서 수다 떨고. 누가 죽으면 장례식 처리를 도와주고, 누가 법원에 가야 한다고 하면 같이 가서 대리인을 서주죠. 일 며칠 못해서 먹을 게 없는 사람에겐 라면 좀 챙겨주고, 세탁소에서 사람들이 안 찾아가는 옷을 받아다가 옷 없는 사람들한테 나눠주고. 그게 다예요."

―설교는 안 합니까.

"'스피릿 앤드 트루스(Spirit & Truth)'라는 인근 교회 협동 목사로 있긴 한데, 제가 사는 지역이랑 조금 떨어져 있어요. 주일엔 그곳에 가서 기도도 하고 가끔 설교도 하지만, 제가 사는 동네에서 주민들에게 따로 설교를 하진 않아요. 이 사람들에게 그보다 급한 게 있거든요."

―그게 뭔가요.

"항상 곁에 있어 줄 사람이요. 마약 사범이 이곳에서 한 명 죽었다 쳐요. 보통 사람들 눈엔 그냥 범죄자이겠지만 이 동네에선 그도 누군가의 아들이거나 남편, 아버지예요. 그 시신을 처리하고 그 죽음으로 충격과 상처를 받은 가족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럴 때면 제가 이런저런 심부름도 해주고 그러는 거죠."

이 목사가 처음부터 그들과 어울려 지낸 것은 아니다. '필라델피아의 할렘'이라고 불리는 이곳엔 동양인 거주자는 물론 동양인이 오는 일도 거의 없다. 처음엔 대부분 사람이 그를 경계했다.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다. 이 목사는 개의치 않고 매일 거리 청소를 했다. 지저분한 쓰레기를 치우고 꽃 화분을 여기저기 갖다놓았다.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동네가 조금씩 밝아졌고 6개월쯤 지났을 때 사람들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뭐 하는 사람이오?" 그가 "목사"라고 대답하면 주민들은 어리둥절해했다고 한다. 흑인 목사들조차도 살지 않는 동네였기 때문이다. 지금 노스센트럴 흑인들은 모두 그를 '레버런드 리(Reverend Lee·이 목사님)'라고 부른다.

―보통은 사역을 하더라도 안전한 지역에 살면서 출퇴근을 하겠죠.

"교회야 그 사람들 주변에 있겠지만, 사람들이 안 가면 소용이 없는 걸요. 저는 '교회로 오라'고 하는 것보다 제가 그들과 함께 사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목회를 꼭 교회에서 해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복음을 전파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이들을 위한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걸 실행에 옮기고 있을 뿐입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7/2016052701607.html?outlink=facebook

May 18, 2016

눈여겨보기


"저도 디자인학과를 나왔지만, 학생 때 공통으로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입니다. 한국적인 디자인을 찾기 위해 태극 문양, 처마 밑 형태, 기와 생김새, 한복의 곡선 등을 살피죠. 그러나 ‘한국적’인 디자인은 정해진 포맷이 없어요. ‘배달의민족’만큼 한국적인 디자인이 있을까요? 한국 사람만 이해할 수 있고, 한국인만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인 말이에요. 실제 외국 사람들은 저희가 만든 광고나 문구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낯선 문화, 낯선 콘텐츠일 뿐이죠. 저희의 디자인은 현대 한국적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어요. 우아한형제들은 그런 점에 자부심이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디자인의 핵심은 한글의 묘미입니다. 어휘를 통한 해학, 풍자, 위트, 중위적 표현의 말장난이죠. 이를 비주얼로 표현하기보다 감성적으로 느끼게끔 하는 것이 포인트예요. 저는 올해로 15년 차 디자이너가 됐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했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습니다. 디테일은 기본이고 ‘예쁜 걸 디자인할 것이냐, 사랑스러운 걸 디자인할 것이냐’죠. 예쁜 것과 사랑스러운 건 엄연히 다릅니다. 대부분 디자이너는 예쁘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디자인이 타인의 감성에 들어갔을 때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고려하지 않아요. 저는 후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디자이너 김봉진, 디자인 정글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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