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5, 2014

1_intro video STATEMENT




 나는 예전부터 내 주변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덤벙댔다. 어떤 일의 전체 과정 중에 아주 작은 순간 어떻게하면 간단하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 잘 알면서도, 어서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대충 아무렇게나 해버리는 것이다. 칼을 가져와 슥 그어서 끝낼 수 있는 일을 바로 옆에 있는 자를 대고 북 뜯어버린다거나, 저기 있는 물휴지를 한장 꺼내와 쉭 훔치면 될 일을 이미 꽁꽁 작은 뭉치로 만든 휴지조각으로 애써 닦아 가늘게 마른 자국을 남기는 식이다. 애매하게 사용한 덕분에 오히려 안한 것보다 못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물에는 그것을 꼭 맞게 사용하는 방법이 있구나.


 모든 개체에는 그것을 가장 그것 답게 있게 하고 또 움직이게 하는 방법, 방안들이 있는 것같다.
 이것은 동시에 이 개체가 의미 있게 존재하도록 하기 위한, 다시말해 이 개체가 가지는 고유한 성격이 유지되도록 보호하기 위한 일 수 있다. 이 룰을 지켜야 이것이 안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곧 이용자의 안전또한 보장한다.
 그래서 이것은 때로 개체가 정상적으로 있을 수 있게하는 최적의 조건이 된다.
이것은 동시에 이 사물이 이런 모양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사실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정말 그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순응할 수 있다. 아니면 그것을 거부하고 귀찮게, 우습게 여겨서, 혹은 자기만의 방식이 낫다고 판단해 그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혹은 이것을 익히기전에, 따로 감정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다른 어떤 방식에 이미 외부 환경에 의해 길들여졌기 때문에 더 알 필요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아니면, 그런 것이 있는지 아예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것은 자주 하나의 믿음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용설명서라는게 왜 존재하는 것일지 생각해보면, 이것은 어떤 물체가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어떤 식으로 작동할 수 있으며 어디가 한계점이고 어떤 게 가장 적합한 상태인지 알고 있는 만든 이의 입장에서는 당부요, 경고이다.

 개체가 예민하고 복잡할 수록 물체에 대한 사용설명은 길어지고, 그 목소리도 꽤 단호해진다. (그래서 이것은 꽤 잔소리같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선택은 여전히 다양하며, 그것이 가져오는 효과의 진폭은 그 정도가 더욱 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전에 어떤 화를 당해보지 않고서야 눈으로 보이는 문제가 오늘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면 대개 사람들은 별로 이 물체의 고유한 존재 방식에 대해 더이상 흥미를 갖지 않는것 같다. 자신이 취하는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라는 더 큰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그렇다면 나는 이제 과연 사람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궁금해진다. 모든 물체가 그 물체답게 존재되도록 하는 방법들이 있다면, 각 개체마다 다른 생김새를 띠더라도 같은 종류로서 그 구조와 작동방식을 꿰 뚫는 일련의 원칙들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일상 속에서 여러번 설명되고 안내되고있다면, 인간에게는 그런 것이 없을까 하고 말이다. 인간에게도 그런 것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우리 인생을 가장 가치롭게 쓰는 방식이 있지 않을까. 인간이 천차만별인 각자의 삶에서  저마다의 고유한 성격들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한계점과 최고점을 충만하게 오가는 삶을 살기 위해 지켜야 하는 룰이 있는건 아닐까.하고 말이다.

 뭐,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도덕이나 사회 관습, 관행, 규범 등으로 불리워 지고 있는 것들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특정 집단의 유익을 위해 계속해서 변하고 수정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것보다 한 수 위에 있는 것일 것이라 믿는다.

 매일 집 문 밖을 나가면, 아니다, 집 안에 있더라도 우리는 꼭 지켜야할 것같은 무언의 압박같은 것을 느끼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야 해야 ~를 달성한다', '~해야 기본은 하고 산다'라고 믿는 참으로 굳건한 일들이 적지 않다. 그것들도 인생을 적합하게 쓰는 방법으로서 충분치 않다. 아니 오히려 그것들은 자주, 인생을 망치기에 적합한 방법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람 그리고 삶을 그저 하나의 사물로서, 간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운명론을 원하는 것도 아니라고 믿는다. 단지 혹여 귀찮게, 우습게 여겨서 혹은 자기만의 방식이 낫다고 판단해 지금의 다른 것을 선택했거나, 무언가에 이미 길들여졌거나, 아예 알지 못해서 의심도 없이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